📌멘탈레터 제097호 (OUTLOOK)

결국 이 이야기를 할 때가 와버렸네요

도약

우리는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위선적인 사람이라 합니다.
가식적인 사람이라고도 하죠. 여러분들 중에는 그런 친구를 곁에 두고 싶어 하는 학생들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현재 자신의 생각만큼 또는 노력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면, 중위권에서 상위권으로 도약하지 못하고 있다면, 여러분 스스로가 가식적 학습을 하고 있진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가식적으로 학습한다는 건 공부를 하는 척만 하고 실제로는 열심히 하지 않는다 이런 의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열심히 하는 학생일수록 가식적 학습, 겉과 속이 다른 학습에 빠지기 쉽거든요. 그래서 오늘 제가 여러분이 어떤 식으로 가식적 학습을 하고 있는지와 왜 그런 학습을 하면 안 되는지, 수능까지의 남은 날들을 어떤 식으로 보내야 지금의 정체된 상황에서 한 단계, 두 단계 도약할 수 있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의심

여러분이 처음 공부를 시작했을 때를 생각해 봅시다.
이때는 공부를 하면 공부하는 만큼 오릅니다. 안 오른다?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겁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워서 방향이 아예 잘못됐거나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거나 이 둘 중 하나입니다.
5등급에서 4등급, 3등급으로 올라올 때는 여러분이 공부를 하면 공부한 만큼 성적이 오릅니다. 그런데 3등급에서 2등급,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라갈 때는 이전처럼 여러분이 앉아서 공부를 열심히만 한다고 해서 성적이 오르지 않습니다.
이때 많은 학생들이 힘들어하고 슬럼프에 빠지죠. 자책합니다. 이전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자신을 보며 괴로워합니다.
이 정도 했으면 2등급 나올 것도 같은데, 1등급 나올 것도 같은데 왜 안 나오지? 왜 나는 맨날 3등급이지? 왜 맨날 나는 2등급이지?
분명 실력이 올랐다는 게 스스로도 느껴지는데 모의고사 성적은 변화가 없으니 (때로는 더 떨어지니) 점점 불안해지고 조급해집니다. 특히 지금 같은 시기에는 더더욱 그렇죠.
내 공부의 방향성이 잘못된 게 아닐까? 지금 와서 또 어떻게 고쳐나가지? 이러다가 망하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그리고는 한때는 늘었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실력마저 의심하기 시작하죠. 어떻게 해야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서 도약할 수 있을까요?

망상

많은 학생들이 내공실력을 구분하지 못해서 이런 문제 상황을 겪습니다.
용어에 대한 정의부터 정확하게 내려드릴게요. 여러분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실력이라는 단어 앞으로 함부로 사용하지 마세요.
실력은 오른 것 같은데 성적이 안 올라요.
이런 말을 하지 말라는 겁니다. 내가 느끼는 나의 수준은 실력이 아니라 내공입니다. 내가 열심히 공부해서 내 머릿속에 쌓은 지식들을 말하죠. 그렇다면 실력은 무엇일까요? 말 그대로 제 시험장에서 발휘되는 능. 이걸 줄이면 실력이 되는 거죠.
많은 학생들이 이 둘을 혼동하거나 아니면 애초에 이 둘을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실전이 아닌 상황에서 쌓은 내공 실전에서 발휘되는 실력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괴리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는 거죠.
이런 상태로 하는 공부를 저는 가식적 학습이라고 말합니다.
가식적인 공부를 하는 학생들은 열심히 학습했으니까 당연히 시험장에서 이전보다 많은 문제를 풀어낼 수 있고 당연히 더 높은 점수를 받을 거라는 착각을 합니다. 공부를 했는데 성적이 떨어지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을 하죠. 이거 좀 나쁘게 말하면 망상하는 거예요. 망상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가 근거가 없는 주관적인 신념을 말하거든요. 여러분이 뭔가를 배웠다고 해서 그걸 모두 시험장에서 실전에서 발휘할 수 있으리라는 근거는 전혀 없습니다.저도 고3 때 이러한 망상으로 인해 실패한 경험을 가진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제발, 제발 모의고사 칠 때 자신의 실력을 확인받는 걸 목표로 삼지 마세요. 매번 모의고사에서 실력을 확인받으려고 하는 학생들은 매번 자책할 수밖에 없어요.

악순환

‘이번에는 잘 치겠지’라는 기대감과 ‘이번에는 잘 쳐야 하는데’라는 조급함을 가지고 덤비면, 잘해봤자 잠시의 위안을 얻고, 까딱하면 멘탈이 깨집니다. 이번에 한 번 잘 쳐도 ‘다음에 못 치지 않을까? 이게 진짜 내 실력이 맞을까?’라는 불안감을 갖게 됩니다.
실전 모의고사를 통해 객관적인 실력을 확인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여러분의 최종 목표가 되면 안 됩니다. 앞으로 실모를 칠 때는 나의 내공실력 사이의 괴리를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세요. 그 괴리를 찾아서 메꾸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모의고사를 쳐야 합니다. 그렇게 확신을 쌓아나가야 합니다. 내공과 실력 사이의 괴리를 만들어내는 요소를 찾아서 제거한다면, 지금보다 실력(성적)이 높아지겠다는 확신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모의고사 치고 그냥 버리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잘 치면 잘 쳤다고 버리고, 못 치면 문제의 퀄리티가 어떻다 평가원스럽지 않다 하면서 내팽겨 쳐요. 이러한 행위는 돈도 돈이지만 시간을 아주아주 낭비하는 거예요.
왜 이렇게 행동할까요?
자신의 현재 실력(결과)을 확인받고 싶으니까. 그리고 그 결과는 좋아야 하니까. 안 그러면 괴로우니까. 결과가 마음에 들면 오케이! 하고 넘기고, 결과가 마음에 안 들면 현실을 부정해야 하는 거죠. 그러니 실모를 쳐도 얻는 게 거의 없습니다. 수능이라는 레이스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수능 직전 두 달의 시간을 이렇게 낭비하는 학생들이 정말 많습니다.
이런 가식적인 학습을 하다가는 수능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멘탈이 나갈 수밖에 없어요. 당장 내 눈앞에 결과가 주어지지 않으니까 더 조급해지고, 더 괴롭고, 그러면 더 성적이 안 나오고. 그러면 더 괴롭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며 점차 구렁텅이로 빠지게 됩니다. 멘탈레터에 합류해 지금까지 잘 따라온 여러분들만큼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약속

혹시 오늘 내용을 이미 들어본 것 같은 기시감이 드는 학생들이 있나요?
오늘의 멘탈레터의 내용은 지금으로부터 6개월 전인 3월 8일에 발행된 제015호 멘탈레터와 동일합니다. 제015호의 제목이 수능 두 달 전 다시 들려 줄 이야기였죠. 오늘로 60일이 깨져 59일이 남은 시점이 되었고, 그때 여러분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 내용을 그대로 담아보았습니다.
시간 참 빠르죠?
그렇기 때문에 남은 기간 멘탈 잘 잡으셔야 합니다. 조급함은 금물입니다. 중요한 내용인만큼 오늘 말씀드린 내용 한 번 더 짧게 요약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내공실력을 구분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모의고사를 칠 때 자신의 실력을 확인받는 걸 목표로 삼지 마세요. 망상에 빠져버릴 수 있고 조급함만 키우게 될 겁니다. 모의고사는 자신의 내공실력 사이의 괴리를 발견하고 그 괴리를 만들어내는 요인을 찾아서 없애기 위한 용도입니다. 자책할 필요가 없어요. 감정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내가 현재 어떤 상황이든 어떤 점수를 받고 있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나의 부족함을 찾아서 최대한 채워넣은 후 수능장에 들어가는 겁니다. 너무 늦기 전에 자신의 내공과 실력 사이의 괴리를 발견해서 메꿀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실전 모의고사를 치는 것을 강력하게 권장드립니다.
마지막까지 응원하겠습니다.
AMATDA 노력을 실력으로, 온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