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방레터 ⑥

제발 다리 자르지 마세요

1.

수능 전날, 마지막까지 학원에 남아 있던 학생이 있었습니다. 당시에 그 학생에게 해준 말을 여러분에게도 해드리려 합니다.
수능 당일, 여러분은 갑자기 한 쪽 다리를 절게 될 수 있습니다. 평소처럼 달릴 수 없는 상황을 만날 수 있어요. 이때 많은 학생들이 ‘아 망했다..’ 생각하고 톱을 듭니다. 그리고 스스로 다리를 잘라 버립니다. 자포자기해버리는 거죠. 그런 학생들에게 당부드립니다.
톱 내려 놓으세요. 다리 자르지 마세요. 다리 절면서 끝까지 결승선에 가보세요.
결승선에 도착해 보세요. 다리 안 절고 멀쩡하게 완주한 학생들보다는 다리를 절면서 끝까지 완주한 학생들이 더 많을 겁니다. 즉, 나의 경쟁자도 마찬가지로 다리를 절면서 달리는 겁니다. 그런데 내가 경기 도중에 다리를 잘라버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내 경쟁자는 나를 실력으로 이기지 않아도 됩니다. 내가 알아서 멈췄으니까요. 심지어 나보다 실력이 낮은 학생들도 나를 실력으로 이기지 않아도 이길 수 있게 됩니다. 내가 알아서 멈췄으니까요. 그 학생은 뜻밖의 성적을 받게 되겠죠.
반대로 말해볼까요?
수능 당일에는 여러분이 실력으로 이기지 않아도 이길 수 있는 학생들이 많이 나타날 겁니다. 여러분이 평소에 몇 등급이었던 간에 여러분보다 등급이 높았던 학생들 중 분명, 스스로 다리를 자르는 학생들이 있을 거니까요.
그러니 제발 제발 제발 다리 자르지 마세요.

2.

[예시 상황]
독서론 무조건 5분 컷 해야 하는데 8분째 풀고 있음. 알고 보니 상당히 빡세게 출제됨. 근데 시험 중에는 그걸 모르니 다음과 같이 생각함.
대부분의 학생들)
하.. 왜 이러지? 조졌네..
스스로 다리 자르고 이후 파트, 과목도 망함
이 레터를 본 학생들)
와 개어렵네.. 다른 애들은 다리 자르고 있겠지?
추가 타격을 최소화해서 상대평가에서 승리
지금까지의 실전 모의고사는 실전 모의고사입니다. 하지만 수능은 진짜 실전이고, 그래서 아무도 모릅니다. 여러분이 지금껏 어떤 평균치를 보여줬다고 해도 수능이라는 한 번의 실전에서는 그 평균치가 다 무시될 수 있습니다. 나에게도, 나의 경쟁자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3.

제가 본 제일 안타까운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모두에게 어렵게 출제된 시험. 찍은 걸 다 맞아 버림. 근데 시험 도중 스스로 다리를 잘라버림. 평타로 마감.
어쩌면 다가올 행운을 위해서라도 한 번 끝까지 달려보세요. 행운이 없더라도 어쨌든 나는 최선을 다한 것일 테니까요.
다리를 전다고 스스로 자르지 마세요. 자르고 싶으면 싶을수록 자르면 안 됩니다. 그럴수록 버텨낸 사람들이 적을 거니까요. 완주만으로도 순위권에 들 수 있어요. 아프다고 잘라 버리지 말고 결승선에 도착 후에 아픈 다리를 다시 보세요.
미치도록 자르고 싶었던 다리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될 겁니다.
AMATDA 우물쭈물 대지 말고, 자신있게 해방!